가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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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털이” 격앙된 청와대…대법원장에 재제청 압박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하며 재제청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 직후 별도의 차담까지 나눴지만 관련 현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는 “빈집털이”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발표 방식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은 김성수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 이후 약 1시간 동안 차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재제청 문제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를 언급하며 “분위기 좋게 차담을 했으면 그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인 논의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조 대법원장의 발표 방식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렇게 뒤통수를 때리듯 일방 발표하는가. 빈집털이”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대법관 후보자 제청과 관련해 이미 제시한 법리가 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명권을 사실상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에게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재량이 있다는 것이 청와대가 내세우는 핵심 논리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손 후보자를 다시 국회의 판단에 맡기는 방안에는 선을 긋고 있다. 손 후보자를 뒤늦게 국회에 제출할 경우 대통령이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결국 국회에 넘겨야 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임명권이 있다는 청와대의 기존 논리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대해서도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이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 절차를 거쳐 이뤄져 왔다는 점을 들며, 부서 문제를 이유로 현재의 임명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과거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의 효력까지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대법원에 보낸 공문에서 ‘반려’나 ‘거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 역시 대법원장에 대한 존중 차원이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표현상으로는 강한 단어를 피했지만 손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취지는 분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따라서 기존의 재제청 요구를 새롭게 보완하기보다는 해당 요구 자체가 적법하고 충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에 응해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대법원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도 청와대가 내세우는 주요 압박 논리다. 청와대는 대법관 한 명이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공석이 계속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을 경우 대법관 공백 장기화의 책임 역시 대법원에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재제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개적인 공방만으로는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 제청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는 재제청 요구를 이어가면서도 실제 인선 절차를 다시 움직이기 위한 비공개 협의 가능성까지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치가 길어질수록 청와대 역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34.8%로 30%대 중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인사와 부동산 문제에 이어 사법부 수장과의 충돌까지 장기화할 경우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손 후보자의 국회 제출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대법관 공석이 계속될 경우 그 책임을 대법원에만 돌리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청와대는 손 후보자의 국회 제출 불가와 재제청 요구라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인 교착 상태가 국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꽃무릇 절정…지금 함양 상림 가야 하는 이유

함양읍에 있는 상림공원을 찾았다. 상림에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꽃무릇이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숲길 곳곳에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어나면서 마치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함양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군 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이 마을과 농경지를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으로 전해진다. 당시에는 지금의 위천강 물길이 함양읍 중앙을 지나면서 홍수 피해가 잦았다. 이에 물길을 돌리고 둑을 쌓은 뒤 둑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가꿨다고 한다.시간이 흐르면서 큰 홍수로 숲 가운데 일부가 유실됐고, 그 결과 숲은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게 됐다. 하림은 상당 부분 훼손됐지만 상림은 옛 숲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현재 상림의 면적은 약 21ha에 이르며, 120여 종의 다양한 수목 2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상림의 가을 풍경을 대표하는 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꽃무릇이다.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9~10월 붉은 꽃을 피운다. 독특한 점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돋는다는 것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생태적 특징 때문에 꽃무릇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붙었다.흔히 꽃무릇을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꽃이다. 상사화 역시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않는 특징이 있지만 7~8월 분홍색이나 노란색 꽃을 피우는 식물로, 9~10월 붉게 피는 꽃무릇과는 구분된다.꽃무릇이 가득한 숲길을 천천히 걸었다. 붉은 꽃대 위로 꽃만 피어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잎 하나 없이 외롭게 피어난 꽃들이 숲길을 따라 이어지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상림공원 한쪽에서는 팜파스 그라스와 베고니아도 만날 수 있었다. 붉은 꽃무릇 사이로 펼쳐진 다양한 식물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었다. 넓은 꽃밭을 천천히 거닐며 가을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공원 안에는 두 나무의 뿌리가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된 연리목도 자리하고 있다.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합쳐진 나무를 일컫는데, 예로부터 부부의 깊은 금실이나 남녀 사이의 애정을 비유하는 의미로도 알려져 있다.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운 최치원의 신도비도 만날 수 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숲과 붉게 피어난 꽃무릇이 어우러진 상림은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한 날씨였지만, 붉게 물든 상림의 숲은 분명 가을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