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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계무역 미국만 책임 못 져”…한국도 겨냥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의 역할 분담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 국가들도 해상 수송로 보호에 직접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백악관 관계자는 6일 한국을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한국 정부가 중동 지역에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측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와 관련해 “자원 전개를 기다린다”고 언급한 데 이어, 다시 한번 한국의 참여를 압박한 것이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계속 주둔하는 상황이 사실상 새로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다른 나라들도 이 노력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트 장관은 “세계 무역은 중요하다”며 “이 일이 미국만의 책임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그는 현재 중동에 미군 자산이 투입돼 있지만, 조만간 역외 국가들의 군사자산도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이 특정 국가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발언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한국, 일본 등 주요 수입국들이 안보 작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 해협을 지나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이동한다. 해협이 막히거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국제 유가와 물류망에 곧바로 충격이 번질 수밖에 없다.

 

미국 내 유가 부담도 이번 압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 언론들은 노동절 기준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달러 13센트를 기록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전했다. 라이트 장관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선물시장 가격을 근거로 앞으로 몇 달 안에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해상 수송 불안이 계속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 측 발언도 파장을 낳고 있다. 라이트 장관은 이란과의 비핵화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군사적으로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핵 합의가 차기 행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외교적 해법보다 군사적 압박에 무게를 싣는 듯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은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며칠 안에 호르무즈 해협 외곽의 새로운 통제구역을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구역에 진입하는 선박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해당 통제구역이 미 해군의 봉쇄선에서 시작해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하고 페르시아만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오만과 협의 중인 선박 통항로 지도도 곧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적으로 열려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반박하며, 현재 해협은 사실상 완전히 봉쇄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이란산 대함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며 미국 군함을 겨냥한 군사 능력을 과시했다.

미국은 동맹국의 부담 분담을 요구하고, 이란은 통제구역과 군사력 과시로 맞서는 형국이다. 양측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부도 난처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됐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안정이 중요하지만, 군사 자산 투입은 중동 정세와 대이란 관계, 국내 여론까지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문제다. 미국의 압박이 계속될수록 한국의 외교적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꽃무릇 절정…지금 함양 상림 가야 하는 이유

함양읍에 있는 상림공원을 찾았다. 상림에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꽃무릇이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숲길 곳곳에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어나면서 마치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함양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군 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이 마을과 농경지를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으로 전해진다. 당시에는 지금의 위천강 물길이 함양읍 중앙을 지나면서 홍수 피해가 잦았다. 이에 물길을 돌리고 둑을 쌓은 뒤 둑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가꿨다고 한다.시간이 흐르면서 큰 홍수로 숲 가운데 일부가 유실됐고, 그 결과 숲은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게 됐다. 하림은 상당 부분 훼손됐지만 상림은 옛 숲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현재 상림의 면적은 약 21ha에 이르며, 120여 종의 다양한 수목 2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상림의 가을 풍경을 대표하는 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꽃무릇이다.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9~10월 붉은 꽃을 피운다. 독특한 점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돋는다는 것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생태적 특징 때문에 꽃무릇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붙었다.흔히 꽃무릇을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꽃이다. 상사화 역시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않는 특징이 있지만 7~8월 분홍색이나 노란색 꽃을 피우는 식물로, 9~10월 붉게 피는 꽃무릇과는 구분된다.꽃무릇이 가득한 숲길을 천천히 걸었다. 붉은 꽃대 위로 꽃만 피어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잎 하나 없이 외롭게 피어난 꽃들이 숲길을 따라 이어지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상림공원 한쪽에서는 팜파스 그라스와 베고니아도 만날 수 있었다. 붉은 꽃무릇 사이로 펼쳐진 다양한 식물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었다. 넓은 꽃밭을 천천히 거닐며 가을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공원 안에는 두 나무의 뿌리가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된 연리목도 자리하고 있다.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합쳐진 나무를 일컫는데, 예로부터 부부의 깊은 금실이나 남녀 사이의 애정을 비유하는 의미로도 알려져 있다.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운 최치원의 신도비도 만날 수 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숲과 붉게 피어난 꽃무릇이 어우러진 상림은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한 날씨였지만, 붉게 물든 상림의 숲은 분명 가을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