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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는데 불 끄고 끌어내?…선 넘은 中, 일본 가수에 '공개 망신'

 중국 본토에서 일본 대중문화를 겨냥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한 반발로 추정되는 일본 아티스트들의 공연 취소 및 중단 사태가 잇따르며, 중일 간의 정치적 갈등이 문화 영역으로까지 번지는 험악한 모양새다. 특히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엔딩곡을 부른 것으로 유명한 가수 오오츠키 마키의 공연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방식으로 중단됐다. 그녀가 한창 노래를 부르던 중 무대 위 음악이 갑자기 끊기고 모든 조명이 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잠시 후 다시 켜진 조명 아래, 스태프로 보이는 인물들이 무대로 올라와 당황한 표정의 오오츠키를 무대 밖으로 이끄는 장면은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는 단순한 방송 사고를 넘어,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문화 교류의 현장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짓누를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번 사태는 오오츠키 마키 한 개인의 해프닝을 넘어, 중국 내에서 예정되어 있던 일본 대중문화 행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오츠키가 참여했던 '반다이남코 카니발 2025' 행사 자체가 사흘 일정 중 첫날 만에 돌연 중단되었으며, 같은 행사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인기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와 밴드 'ASH DA HERO'의 공연 역시 무산됐다. 일본의 국민적 가수인 하마사키 아유미의 상하이 콘서트마저 공연 바로 전날 주최 측이 '불가항력'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돌연 취소를 발표했다. 이 밖에도 듀오 '유즈'의 콘서트,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의 코미디 공연, 남성 아이돌 그룹 JO1의 팬 이벤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본 관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중국 현지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가수에 대한 모욕", "관객을 존중하지 않는 무례한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주최 측이 내놓는 '부득이한 여러 사정'이라는 모호한 설명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연쇄 공연 취소 사태의 배후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강경 발언을 지목하고 있다.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그 보복 조치가 일본의 소프트파워인 대중문화 콘텐츠를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즉, 정치적 갈등이 외교나 경제를 넘어 문화 영역으로까지 전면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무대에서 사실상 끌려 내려오는 이례적인 장면은, 중국이 일본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자,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는 일종의 '문화적 보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령)'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본의 대중문화 저널리스트 마쓰타니 소이치로는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한류 드라마 방송과 한국 연예인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제한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상황이 더욱 험난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보복 조치인지, 혹은 중앙정부의 의중을 파악한 지방 당국이나 행사 주최 측이 알아서 몸을 사리는 '과잉 충성'의 결과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한번 얼어붙기 시작한 양국 간 문화 교류의 냉각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등산 맛', '독 사과 맛' 칵테일?…K-컬처를 한 잔에 담아 파는 호텔

서울 강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주관하는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참여, 단순한 미식을 넘어 한국의 정서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K-Gourmet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는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 방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적 쇼핑·관광 축제의 일환으로, 민간 기업이 K-컬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호텔 내 '더 바(The Bar)'에서 1월과 2월 두 달간 진행되는 K-칵테일 클래스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히 완성된 칵테일을 마시는 것을 넘어, 전문 바텐더의 안내에 따라 직접 칵테일을 제조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여기에 한국적 미학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클럽 임피리얼 라운지'로 자리를 옮겨, 직접 만든 칵테일을 정갈한 한국식 다과와 함께 즐기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완성된다. 이는 음료라는 미각적 경험을 공간이 주는 시각적, 정서적 경험과 결합해, 짧은 시간 안에 한국 문화의 정수를 밀도 있게 체험하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것이다.프로그램의 주인공은 호텔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4종의 시그니처 K-칵테일이다. 각각의 칵테일은 한국의 문화와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서사와 같다. 볶은 곡물의 고소한 향과 전통적인 이미지를 담은 '볶은향'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편안함과 구수함을, 한국의 독특한 등산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오름'은 정상에 올랐을 때의 상쾌함과 성취감을 맛으로 표현했다. 또한,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담은 '팝콘'은 K-콘텐츠를 즐기는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동화 속 상징을 세련되게 비튼 '독 사과'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한국의 스토리텔링을 한 잔의 칵테일로 재해석했다. 이처럼 한국 고유의 재료와 서사를 결합함으로써, 칵테일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이 되도록 만들었다.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강남의 이번 시도는 K-컬처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 호텔로서 한국 문화의 진정한 매력을 알리는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창수 총지배인이 "차별화된 K-Gourmet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교류의 장을 꾸준히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듯, 이번 프로그램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K-관광 콘텐츠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쇼핑과 관광 명소 방문이라는 전통적인 관광 패턴에서 벗어나, 이제는 특별한 '경험'을 소비하고자 하는 글로벌 관광객들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