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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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유출에 주민번호 갈아탄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중 하나인 쿠팡에서 3천3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카드사 등 주요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 건수는 총 1,914건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제도 시행 이래 역대 최대치에 근접하는 수치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7년 799건을 기록한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던 신청 건수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2,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급증세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반복되고 있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3천300만 건 이상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과거 이동통신사나 카드사 등 금융·통신 분야에서 발생했던 유출 사고의 경험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플랫폼마저 대규모 유출 사태를 겪으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변경 대상은 13자리 주민등록번호 중 생년월일과 성별을 나타내는 앞 7자리를 제외한 뒤 6자리의 임의 번호이다.

 

변경 신청 사유를 분석해 보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체 신청 사유 중 '보이스피싱에 따른 재산상 피해'가 절반 가까이(약 5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어 실제적인 금전적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함을 의미한다.

 


보이스피싱 피해 다음으로는 '사기나 해킹 등 기타 유출', 그리고 '신분 도용' 등의 사유가 뒤를 이었다. 이는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각종 범죄에 활용되거나, 명의 도용을 통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관계자는 "대규모 유출 사고가 터질 때마다 변경 신청 건수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특히 최근에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보안 문제가 부각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이 신청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가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후적 조치이기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고 정부가 보안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반복되는 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통한 '개인 방어'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등산 맛', '독 사과 맛' 칵테일?…K-컬처를 한 잔에 담아 파는 호텔

서울 강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주관하는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참여, 단순한 미식을 넘어 한국의 정서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K-Gourmet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는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 방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적 쇼핑·관광 축제의 일환으로, 민간 기업이 K-컬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호텔 내 '더 바(The Bar)'에서 1월과 2월 두 달간 진행되는 K-칵테일 클래스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히 완성된 칵테일을 마시는 것을 넘어, 전문 바텐더의 안내에 따라 직접 칵테일을 제조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여기에 한국적 미학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클럽 임피리얼 라운지'로 자리를 옮겨, 직접 만든 칵테일을 정갈한 한국식 다과와 함께 즐기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완성된다. 이는 음료라는 미각적 경험을 공간이 주는 시각적, 정서적 경험과 결합해, 짧은 시간 안에 한국 문화의 정수를 밀도 있게 체험하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것이다.프로그램의 주인공은 호텔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4종의 시그니처 K-칵테일이다. 각각의 칵테일은 한국의 문화와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서사와 같다. 볶은 곡물의 고소한 향과 전통적인 이미지를 담은 '볶은향'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편안함과 구수함을, 한국의 독특한 등산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오름'은 정상에 올랐을 때의 상쾌함과 성취감을 맛으로 표현했다. 또한,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담은 '팝콘'은 K-콘텐츠를 즐기는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동화 속 상징을 세련되게 비튼 '독 사과'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한국의 스토리텔링을 한 잔의 칵테일로 재해석했다. 이처럼 한국 고유의 재료와 서사를 결합함으로써, 칵테일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이 되도록 만들었다.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강남의 이번 시도는 K-컬처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 호텔로서 한국 문화의 진정한 매력을 알리는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창수 총지배인이 "차별화된 K-Gourmet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교류의 장을 꾸준히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듯, 이번 프로그램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K-관광 콘텐츠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쇼핑과 관광 명소 방문이라는 전통적인 관광 패턴에서 벗어나, 이제는 특별한 '경험'을 소비하고자 하는 글로벌 관광객들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