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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홍일점' 영양사, 월드시리즈 수박 화제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들의 기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체계적인 영양 관리다. 격렬한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들에게 식단은 곧 체력 회복과 경기력 향상으로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으로 선수단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일본 출신 영양사 사누이 유카의 행보가 최근 스포츠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녀는 최근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성 중심의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서 유일한 여성 스태프로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자신만의 직업 철학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사누이가 처음부터 야구계에 몸담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스포츠계 첫걸음은 도쿄 올림픽 당시 미국 여자 럭비 7인제 국가대표팀의 지원 업무를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이 시기 팀 스포츠가 가진 특유의 유대감과 매력에 깊이 매료된 그녀는 이후 토론토 구단과 연이 닿아 야구라는 새로운 종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초기에는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배정되어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식습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초적인 영양 교육에 집중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갔다.

 


마이너리그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던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스프링캠프 막바지였다. 1군 선수단을 전담하던 기존 영양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팀을 이탈하게 되었고, 구단 수뇌부는 그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사누이를 전격 발탁했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무대에 던져졌지만, 그녀는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빠르게 업무를 장악해 나갔다. 팀 내 퍼포먼스 관련 부서에서 유일한 여성이었기에 초기에는 적응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현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그녀의 세심한 관리가 가장 빛을 발한 순간은 단연 2025년 월드시리즈 무대였다. 당시 토론토는 LA 다저스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특히 3차전 경기는 무려 18회 연장까지 이어지는 역대급 혈투로 전개되었다. 벤치에 대기하던 선수들이 극도의 피로와 허기에 시달리던 15회 무렵, 사누이는 기지를 발휘해 수분 보충에 탁월한 수박과 파인애플 등 신선한 과일을 덕아웃으로 공수했다. 이 장면은 현지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낳았다.

 


사누이의 일과는 오롯이 26명의 1군 로스터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데 맞춰져 있다. 포지션별로 담당 선수가 나뉘어 있는 코치진과 달리, 영양사는 선수단 전원의 식성과 건강 상태를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 식단을 제공해야 하기에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개인적인 여가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고된 일상이지만, 그녀는 선수들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일본 특유의 손님 접대 문화인 '오모테나시' 정신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배려와 환대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토론토 구단과 2027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사누이는 더 먼 미래를 그리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통상적으로 전임 영양사들이 2년 남짓한 기간만 근무하고 팀을 떠났던 것과 달리, 그녀는 그 두 배 이상의 기간 동안 토론토에 머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단의 영양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영양사라는 꿈을 이룬 만큼, 최소 40세까지는 현장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쏟아붓겠다는 것이 그녀의 최종 목표다.

 

탄금대 비극 딛고 일어선 충주, 사과 향기 품은 예술 도시로

제와 고구려, 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이 땅은 국보인 중앙탑과 고구려비를 통해 그 전략적 가치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리적 중요성만큼이나 충주가 겪어내야 했던 시련의 무게도 상당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한양을 향해 북상하던 왜군과 우리 군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치렀던 탄금대 전투의 비극은 오늘날까지도 이 땅에 서늘한 역사적 교훈으로 남아 있다.1592년 음력 4월 28일, 명장 신립 장군이 이끄는 8천여 명의 장졸은 왜적을 맞아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다. 당시 왜군은 본대와 좌우군으로 나뉘어 충주읍성을 포위하며 압박해 들어왔고, 신립 장군은 기마병의 기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조령 대신 탄금대 평야를 결전지로 선택했다. 그러나 훈련받지 못한 오합지졸의 군사력과 적에 대한 정보 부족은 결국 처참한 패배로 이어졌다. 쌓인 시체가 산을 이루고 흐르는 시신이 강을 덮었다는 기록처럼, 탄금대는 임진왜란 중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싸움터가 되어 수많은 영혼을 품게 되었다.비극의 현장이었던 탄금대를 뒤로하고 발길을 옮기면 충주의 역사적 굴곡을 묵묵히 지켜본 충주천이 나타난다. 남산에서 발원해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이 하천은 탄금대 전투 당시 자연 해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 충주천 주변으로는 충주 사과의 발생지인 지현동과 젊음의 거리로 각광받는 원도심, 그리고 중원 지방 물류의 중심이었던 충주자유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던 공간들이 이제는 시민들의 일상과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충주의 새로운 진면목을 보여준다.충주천을 따라 걷다 보면 옹달샘 설화를 간직한 작은 시장 옆으로 '지현동 사과나무 이야기길'이 펼쳐진다. 이곳은 충주 사과의 유래를 전하는 유래비 공원과 함께 낮은 언덕을 따라 조성된 예술 마을이다. 원래 지곡이라 불렸던 이곳은 고려 시대 낙향한 선비가 계곡물을 끌어들여 집안에 곡수구를 만든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 현재는 일조량이 풍부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맛 좋은 사과 재배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는 사과를 테마로 한 벽화와 조형물이 설치되어 방문객들을 반긴다.지현동의 매력은 낡은 주택가를 살려낸 도시 재생 사업에서 절정을 이룬다. 언덕 마루에 빼곡히 들어선 옛집들 사이로 '햇살 빛나는 길'과 '산토리니 길' 등 예쁜 이름의 골목들이 이어진다. 담장마다 그려진 그림과 이야기는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고, 지현문화플랫폼과 같은 거점 공간들은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랑의 계단'은 충주에 사과나무가 처음 심어진 용운사지와 연결되어,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충주는 이제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나 사과의 향기와 예술의 온기가 가득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수천 명의 영혼이 지켜낸 이 땅은, 이제 지현동 골목길의 벽화와 충주천의 물줄기 속에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탄금대의 비장한 결의부터 지현동의 따스한 햇살까지, 충주가 간직한 시간의 층위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역사의 요충지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한 충주의 여정은 우리 땅을 지켜낸 이름 없는 백성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