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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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전국 15개 수리현장 12월까지 전격 공개

 우리 조상의 숨결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장이 마련된다. 국가유산청은 2026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 흩어진 주요 국가유산 수리현장 15곳을 선정하고, 오는 12월까지 그 복원 과정을 일반 시민들에게 가감 없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유산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투입되는 고도의 기술력과 정성을 대중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이 사업은 국가유산 수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전통 기법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올해 공개 대상으로 선정된 곳들은 조선 시대의 찬란한 궁궐 건축부터 정교한 석조물, 신비로운 고분군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이 매우 다채롭다. 국가유산청은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핵심적인 수리 공정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지점과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를 엄선하여 시민들이 불편함 없이 현장을 누빌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이번 공개 행사의 백미는 단연 세계유산인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 해체 공사 현장이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목부재들이 하나하나 분리되고 다시 맞춰지는 장엄한 광경은 평소 접하기 힘든 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의 보수 정비 현장에서는 고고학적 발굴과 복원이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생생한 기록을 마주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 유산이 미래로 이어지는 생명력을 얻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수리 현장 중에는 올해를 끝으로 작별을 고하는 곳도 있어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자아낸다. 2024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던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 수리 현장은 올해가 마지막 관람 기회다. 지붕의 해체와 주요 목부재의 보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곳은 현재 단청 정비라는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전통의 색채가 입혀지는 과정을 끝으로 대성전은 다시금 온전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팔도에서도 유산의 부활을 알리는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구 파계사와 동화사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해체 보수되는 과정은 물론, 양산 신흥사와 하동 쌍계사의 석조 유산들이 세월의 흔적을 씻어내는 모습도 공개된다. 안동 조탑리의 오층전탑과 홍성 홍주읍성의 성곽 복원, 나주 금성관과 순천 낙안읍성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수리 현장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관람객을 맞이한다. 각 현장에서는 부재의 보관 방식과 전통 재료의 활용법 등 전문적인 영역까지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국가유산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은 각 현장의 세부 일정과 예약 방법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전화나 전자우편, 전용 누리집을 통해 신청을 마친 뒤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면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공개를 통해 수렴된 국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더욱 풍성하고 내실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이 소중한 걸음들이 모여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는 더욱 단단하게 뿌리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지 유네스코 등재 눈앞, 원주한지문화제 5월 개막

스코 회의에서 한지의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국제 사회는 이미 한지의 독보적인 내구성과 예술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과거 임금에게 올리는 장계부터 갑옷과 요강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쓰였던 한지는 이제 유럽의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소재로 인정받는 추세다.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지의 진면목을 체감할 수 있는 제28회 원주한지문화제가 오는 5월 1일부터 닷새간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 막을 올린다.올해 축제는 ‘원주의 매력, 한지의 가치! 한지, 세계 속에 서다’라는 슬로건 아래 한지의 현대적 변신과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한다. 특히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초청된 프랑스의 거장 장피에르 브리고디오의 전시는 이번 행사의 백미로 꼽힌다. 파리1대학 미대 학장을 역임한 그는 원주의 오색한지를 재료로 삼아 프랑스 현대 추상 미술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서양의 현대 미술과 동양의 전통 소재가 만나 새로운 예술적 담론을 형성하는 장이 될 것이며, 오랜 기간 한지문화재단과 교류해온 작가의 깊이 있는 시각이 작품마다 투영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축제장 곳곳에는 한지의 역사적 자취와 미래적 비전을 담은 대형 설치 미술이 들어선다. 야외 전시인 ‘종이숲 프로젝트’에서는 정지연 작가가 참여해 8미터 높이의 원형 기둥 12개를 세우고, 1600년 한지 역사를 품은 원주의 서사를 시각화한다. 북원과 평원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도시의 흐름을 한지로 구현한 이 작품은 유네스코 등재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냈다. 또한 제26회 대한민국한지대전 수상작 전시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한지 공예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어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전통의 맥을 잇는 체험 프로그램인 ‘2026 한지한마당’은 관람객이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공유의 장이다. 닥나무를 찌고 껍질을 벗겨 펄프를 만드는 과정부터 천연 염색과 한지 뜨기에 이르기까지, 한지가 탄생하는 전 과정을 몸소 체험하며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되새긴다.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인 원주 한지장의 시연도 함께 진행되어 장인의 정교한 손길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닥나무 차를 마시며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한지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 속에 깃든 조상들의 지혜를 오감으로 느끼게 된다.디지털 시대의 피로를 씻어줄 아날로그적 감성 공간도 새롭게 조성된다. ‘종이와 빛의 계단’ 프로젝트는 2026개의 초록 한지등을 설치해 24시간 내내 은은한 빛을 내뿜는 명상과 힐링의 장소를 제공한다. 이 공간은 지역 내 5개 공공기관 임직원과 가족, 그리고 소외계층 시민들이 1년간 정성껏 만든 등을 모아 완성한 것으로, 지역 사회의 상생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밤낮으로 변화하는 빛의 산란은 한지의 온화한 질감과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깊은 정서적 위안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참여도 축제의 활기를 더한다. 지역 어린이집 아동 2026명이 직접 만든 ‘풀뿌리한지등’이 행사장 밤하늘을 수놓고, 학생 1004명이 한지 도화지에 꿈을 담아 그린 수채화 전시도 열린다. 원형 광장에서는 국보인 지광국사탑비를 지승공예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대규모 협동 작업이 진행되어, 닷새간 1만 명의 관람객이 힘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원주시는 주차 공간 확보와 안전 인력 배치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며, 자원봉사단과 함께 황금연휴 기간 방문객들에게 안전하고 풍성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