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고비'의 재발견?…살 빼는 약이 대장암 환자 생존율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 '술렁'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어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을 사용한 대장암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5년 내 사망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이 약물들이 암 치료 영역에서도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지만, 약물의 직접적인 항암 효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의대 연구팀이 '암 연구 저널'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대장암 환자 6,871명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 그룹의 5년 내 사망률은 15.5%에 그친 반면,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 그룹은 37.1%에 달했다. 환자의 나이, 질병의 중증도 등 다른 변수를 모두 보정한 후 분석한 결과, 비만 치료제 사용 시 사망 위험이 62%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극적인 효과는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에게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관찰되었다는 한계점도 명확히 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사망률 감소의 배경에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첫째, 비만 치료제가 체내 전신 염증을 줄여 종양을 촉진하는 경로를 억제하는 항염증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다. 둘째, 체중 감소와 인슐린 감수성 향상 등 전반적인 대사 건강이 개선되면서 간접적으로 암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실험실 연구 수준에서는 이 약물들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등 직접적인 항암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까지 시사되어, 향후 추가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연구팀 스스로 이번 연구가 인과관계를 완벽히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관찰 연구의 특성상 약물 복용과 사망률 감소 사이에 명확한 원인과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을 정도로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환자들이 전반적으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았을 가능성 등 다른 변수가 개입했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비만과 암이라는 두 가지 현대인의 질병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제시했으며, 향후 GLP-1 계열 약물의 항암 효과를 직접 검증하는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